레드 데드 리뎀션 2 게임


 오래도 플레이했다. 레드 데드 리뎀션 2. 한 달은 넘게 플레이 한 듯? 물론 내가 게임도 잘 못하고 온갖 퀘스트와 스토리를 다 쏘다니고 빠른 이동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더 오래 걸렸으리라 생각하지만. 
 다들 명작이라 칭하긴 했지만 싫어하는 룩인 서부/밀리터리/SF 중 하나인지라 플레이를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워낙 싫어하는 룩 인지라 해보고는 싶지만 강렬하게 원하진 않았는데 연인이 내가 해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선물해 줬다. 고마운 사람이다.

 일단 그래픽이 대박이다. 앞으로도 그래픽은 발전하겠지만 현존하는 게임 중 그래픽은 지금까진 이 게임이 원탑이라고 생각한다. 눈 텍스쳐는 예술에 가깝고 전반적인 배경과 자연 묘사가 어마어마하다.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트팀 갈아넣었겠다...'. 사냥했을 때 동물들 가죽 벗겨내고 난 사체도 징그러울 정도로 묘사하였다. 물론 사람의 피부 질감 표현도 생생하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을 쓸때 다시 쓰겠음. 밤에 달빛을 등진 얼굴 등에서 살짝 어색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 경관 묘사가 정말 현실 그 자체이기때문에 그런 부분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래픽에서 감점을 줄 만한 요소? 전혀 없다. 어두운 밤에 등불을 들고 달리거나, 폭풍우가 내리칠 때, 청명한 밤 하늘에 비추는 달빛 등 날씨와 시간 변화도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표현한 게임을 본 적이 없다. 퀘스트를 하러 지역 간 이동을 할 때 배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비슷한 곳을 돌아다니거나 왔다갔다 하거나 장거리를 이동해도 지겹지 않았다.

 또 하나 압권인 부분은 카메라 앵글이다. 애초에 시네마 모드로 화면을 보는 기능이 있기도 한데 이건 내 추측이지만 워낙 배경이 수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자신있게 추가한 모드 아닐까 싶다. 여튼, 시네마 모드로 화면을 전환하면 마치 드론으로 하늘에서 플레이 영상을 찍어내는 것 처럼 다각도에서 영화같은 화면을 보여주기에 영화인지 게임인지 혼란스럽기 시작한다. 또한 총격전을 벌일 때 중간 중간 총격을 당한 NPC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 이걸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 이 부분도 내가 진정한 서부의 총잡이가 된 듯한 선명한 느낌을 전달한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갈 때 중요한 지점이 나타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앵글이 자동으로 맞춰진다던가, 물론 메인 퀘스트 진행 시 나오는 영상미 또한 일품이다. 영상미는 후반으로 가면 갈 수록 고조되는데 이건 플레이 해봐야 알 것이다. 여러모로 '뷰'에 많은 부분을 투자했다고 느껴진다. 만약 레데리2가 영화였다면, 스토리는 특출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출이 정말, 너어어어무나도 기가 막히다 보니 영화에 몰입한 것 처럼 몰두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이 플레이어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기에 엔딩까지 보고 나면 여운이 길게 남는다.

 게임 콘텐츠 중 가장 재밌었던건 총격전이다. 총격전만 기다리며 게임했다고 봐야한다. 락스타게임즈의 전작인 GTA5도 참 재밌게 했었는데 총격전은 난이도를 낮춰도 어려워서 구간 스킵을 많이 했지만 레데리2는 총격전을 쉽고 재밌게 플레이해서 스킵한 부분은 거의 없다. (GTA5와 매커니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GTA5는 현대시대가 배경이라 무기도 다 현대화 되어 연사하는 무기가 대부분이었다. 레데리2는 한 번에 연사되는 무기는 스토리 진행에 어쩌다 나오는 캐틀링건 말곤 없기 때문에 총을 쏠 때 손 맛이 좋았고 발사음도 무기별로 다양하게 연출한다. 대난투극(상대편 NPC 대량 학살)이 자주 있어 난사하며 스트레스 풀기에 좋았다.

 퀘스트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모든 게임의 퀘스트가 다 진행하다 보면 '니가 하지 왜 나한테 부탁하냐'라는 느낌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게 된다. 어떻게든 이 퀘스트를 진행시키려면 부득이하게 넣어야 하는 장치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반복해서 하다보면 귀찮고 짜증나게 된다. 이걸 잘 풀어내는 것이 스토리텔러의 숙제인데 그 부분에서 레데리2는 자연스러우려 노력했다고 느껴진다. 뭐 아무 이유 없이 'ㅇㅇ좀 해줘. 부탁할게~' 라며 대뜸 말하기 보단 주인공에게 가는 길에 이것도 해 달라고 부탁한다던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얽힌 부탁으로 귀찮거나 짜증나는 퀘스트는 없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시작---------------------------------------------------------------



 피부 질감 중 대박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아서가 결핵에 걸려 피부가 창백해지고 눈이 충혈된 - 아픈 사람의 몰골을 표현했는데 이것 역시 게임으로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나 아프게 죽어가는 사람을 잘 표현할 수 있었을까? 이건 예술이다. 아프고 나서의 아서와 다른 캐릭터들의 얼굴을 비교하면 정말 누가 봐도 아서는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글 프라이스와 마지막 전투를 하고 엔딩이 절정을 향해 갈 때 쯤 아서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말을 타는 장면도 압권이다. 찾아보니 명예 수치에 따라 연출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명예 수치가 높은 엔딩을 봤다. 아서가 석양을 바라보며 죽어가는 그 장면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서가 죽고 게임이 끝난 줄 알았더니 존의 시점에서 프롤로그가 시작되더라. 내심 아서가 살아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이름을 숨기고 인디언의 가호와 보살핌을 받아 목숨을 간신히 구하고 조용히 살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NPC들의 대사와 크레딧에서 나오는 영상으로 아서가 정말 죽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존의 시점에서 프롤로그 몇 편을 진행하는데 프롤로그는 사실 좀 지겨웠음. 격렬한 전투나 도망, 은신 등은 아서 스토리에서 이미 다 끝나고 평화로운 시점에서 시덥잖게 시비거는 자질구레한 규모의 갱들 조금씩 소탕하는 것 말곤 없고 결국 끝에 마이카에게 복수하러 가는 결말인건데 그 앞부분을 너무 구구절절하게 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2부 정도만 됐어도 지지부진한 느낌이 덜 했을 텐데.

 마지막에 더치가 갑자기 나타나 존에게 분노를 퍼붓는 장면도 잘 이해는 안 간다. 물론 더치가 자기 식구들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는건 안다. 하지만 더치는 존이 부상당했을 때 그를 구하러 가지도 않고 외면한 잘못이 있는데 존에게 배신을 했다며 분노할 자격이 존 보다 있나? 싶다. 뭐 더치는 워낙 입체적인 캐릭터라 단순하게 단정짓기는 어렵긴 하다. 존이 마이카에게 복수하러 갔던 시점에 더치가 왜 그 자리 그 시간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레데리2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 부분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스포일러 끝---------------------------------------------------------------









 그야말로 길다란 장편 영화를 본 느낌의 게임이다. 저장할 때 마다 몇 퍼센트나 플레이했는지 나오는데, 퍼센트가 늘어가는게 아까워 보이는 서브퀘도 다 하고 일부러 도감도 채우러 돌아다녔다. 플레이할 땐 내가 아서 모건 그 자체가 됐다. 친형제같은 존 만이라도 시궁창같은 현실에서 내보내려 노력할 때, 점점 변하는 더치를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 - 아서 모건은 더치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행할 때, 옛 연인을 그리워하며 연인을 볼 때 마다 신기루를 붙잡는 기분이 들 때, 모두 내가 3자인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서 모건이 되어 결정했고 캐릭터에 나를 그대로 스며들게 했다. 왜 명작인지 절절히 체감할 수 있는 게임이다. 아서 모건이 부디 어디에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아서 모건 덕분에 1달 동안 행복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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